석류 나무와 마당 있는 집 떠나기

외가의 결혼식으로 대구에 내려갔다가 모처럼 외삼촌 택에 잠시 들릴 수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때가 마지막이었으니 십년도 넘었다. 주차된 차들로 더 좁아진 골목길을 돌아서 오래되었지만 아늑한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곳에 온 것도 도대체 얼마만인가.

아담한 담장 사이에 살포시 얼굴을 내민 듯한 대문을 밀고 들어가니, 햇살 따사로운 마당에 텃밭의 열무와 감나무, 석류 나무가 정겹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석류 나무를 직접 보기는 처음인데, 이미 잘 익어서 맑고 붉은 빛의 석류씨가 터진 틈 사이로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내친 김에 다들 석류 열매를 하나씩 따서 손에 들고 붉은 씨를 맛 보기에 바쁜데, 세콤하면서도 달달한 뒷맛이 파는 음료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아는지 한살배기 아이도 석류씨를 잘도 받아 먹는다. 석류 맛이 좋아진 것은 아마도 매실 찌꺼기를 거름으로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언젠가 써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손 바닥 만한 크기라도 잘 가꿔 놓은 마당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푸근하게 하다니. 아파트가 편리함에서는 앞선다지만 이런 푸근함과 바꾸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는 인구가 자꾸 줄어든다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라 주위를 억누르는 듯 한 아파트 대신 아담한 마당이 딸린 집이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분당에서 여의도 가는 가장 좋은 길은? (두번째) 조각 모음

지하철 9선이 다니기 시작하니, 분당에서 여의도로 대중 교통으로 가는 가장 좋은 길은 단연 9호선을 타는 것이다.
9호선이 없을 때와 견주어 보면 거의 30분 정도가 줄어든다.

아침에 고속버스터미널 역에서 9호선으로 갈아타는데, 급행은 빈 자리가 없지만 일반은 빈 자리가 많아서 늘 앉아 갈 수 있다. 여의도 역에서 내릴 것이라면 급행이 좋지만, 국회의사당 역에서 내릴 사람이라면 어차피 여의도 역에서 내려서 일반으로 다시 갈아타야 하니 일반을 타는 것이 편하다.

일반을 타고 있으면 가끔 급행이 옆 선로로 지나가도록 쉬는 때가 있는데, 혹시 문제라도 생기면!!! 하는 아찔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아름답고 슬픈 야생 동물 이야기 (Wild animals I have known) 책 - 자연과 삶



자연주의자, 소설가, 화가로 널리 알려진 어니스트 톰슨 시튼의 써낸 첫번째 책이라고 한다. 그가 쓴 동물 이야기들은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들로 먼저 만났었는데, 책일 읽어 보니 다니구치 지로가 시튼의 이야이기의 맛을 제대로 살려 만화로 그려냈구나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진다.

자연과 그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늘 그렇듯 마음에 욕심이 가라앉고, 넓은 우주에 비해 먼지 보다 작은 지구에 그 보다 더 작고 보잘것 없는 사람으로 태어나 살고 있다는 고마움이 가득차 오른다. 굴드가 '다윈 이후'에서 다윈주의의 참 뜻으로 힘주어 얘기했던 것이 바로 이런 마음 아니었을까 싶다.

7점.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책 - 호기심



진화론에서 보통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학자라면 이기적 유전자의 도킨스와 또 한 사람 굴드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글을 읽어 보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글쓴이가 과학 잡지에 몇 해에 걸쳐 실었던 글을 모아서 엮은 것으로, 1990년대에 씌여진 글들이다. 여러 해에 걸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우리만치 한 권의 책으로 잘 어우러질 뿐 아니라, 글 하나 하나가 깊이가 있고 알차다. 글을 잘 쓰는 것으로도 이름을 날렸다고 하는데 번역을 거쳐서 그런지 몰라도 글 자체의 빼어난 맵시를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때로는 꽤나 묵직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티 내지 않고 편하게 읽도록 풀어 나간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만 하다.

도킨스와 굴드를 함께 다룬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때로는 독하게도 논쟁을 벌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인지 책의 겉표지에는 나오는 "그의 견해는 대체로 옳다."는 도킨스의 추천의 말이 남기는 여운이 재미나다.

이 책에서는 참다운 다윈주의란 무엇인가를 가지고 세밀한 구석에서부터 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데, 진화란 '진보'가 아니며 그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물들의 뜻 없는 적응일 뿐이라는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글쓴이는 진화를 '진보'로 덧칠을 한 것은 서구 사회의 뿌리 깊은 자연에 대한 오만의 원인이며, 펼쳐 보면 인종이나 성에 대한 인간 세상의 차별도 뿌리가 같다고 이야기 한다.

사진으로 만나는 둥글 둥글하면서도 속 깊어 보이는 인상 만큼이나, 두고 두고 곱씹어 볼 이야기들이 담뿍 담긴 책이다.

7점.

핀란드 공부법 책 - 생각하며 살기



여러 나라가 함께 운영하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으로 핀란드에서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보내고 돌아온 일본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 정책에 대한 전문 서적이 아니라서 오히려 가볍게 읽을 수 있는데다가, 정도는 다를지언정 입시 경쟁의 틈바구니에 시달려야 한다는 똑 같은 처지의 일본 학생의 눈을 통해 바라본 핀란드의 교육 환경은 부럽기 그지 없다.

생생한 체험담에 사이 사이에, 학생의 엄마가 곁들여 놓은 부모 입장에서 걱정하고 보람을 느꼈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아이를 갖은 부모에게 마치 영화 메트릭스에서 처럼 "당신은 다른 세상으로 가는 알약을 삼킬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듯 하다. 단 한 발자욱만이라도 정해진 궤도에서 벗어나 참다운 교육의 세계로 들어가 볼 용기가 혹시 없냐고.

6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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