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歲寒圖) 책 - 호기심



세한도는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 중일 때, 어려울 때에도 잊지 않고 자기를 돕던 이상적에게 편지 처럼 보냈던 그림과 글이라는 것 쯤은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쉽게 아는 일일 것이다. 엉성한 듯 한 그림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글쓴이가 들려주는 세한도가 그려진 배경, 추사의 삶, 인장 하나도 꼼꼼하게 골라 찍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느 새 그윽한 묵향이 피어나는 듯 하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국보인 이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곳은 박물관이 아니라 손창근이라는 개인 수집가라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연구 기금으로 1억을 기부한 적도 있는 뜻 있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가 세한도를 소장하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인 개성 갑부 손세기가 일제 말기에 한국 고서화를 수집했던 손재형으로부터 구한 것을 물려 받았다고 한다. 서예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손재형은 세계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경성제국대학의 교수로 있으면서 우리 나라의 고서화를 모아서 연구했던 후지즈카 지카시 교수를 동경까지 찾아가 그가 가지고 있던 세한도를 사왔다고 한다. 세한도가 일반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후지즈카 교수가 사진으로 인쇄하여 만든 영인본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놀라웠던 것은 글쓴이가 평범한(?) 은행원이라는 것이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추사 김정희-학예일치의 경지] 특별전의 자문위원을 맡을 만큼 전문가인 글쓴이는 한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옛것에 대해 20년 넘게 연구해 왔다고 한다. 한 가지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나로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그저 종이 위에 먹으로 그려진 생명이 없는 그림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살아 있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있으니, 그림 한장에 얽힌 앞뒤의 사연이 깊고 넓기만 하다. 추사가 제주도에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려나갈 때 세한도의 이런 긴 여정을 꿈에라도 생각했을까.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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