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를 쓴 신영복 교수가 번역을 거들었다고 하여 읽어 본 책인데, 노신 또는 루쉰으로 알려진 중국의 한 지식인의 일생을 담은 평전이다.
루쉰은 썩을대로 썩어버린 낡은 봉건 체제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앞에 흔들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20세기의 아시아라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거쳐온 역사의 흐름은 비슷한 구석도 많다. 다르다면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나라를 세웠고 이제는 흑묘 백묘라 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있고, 우리는 지금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궁금했던 것은, 그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면서도 스스로는 끝까지 당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이에 대해 설명이 없는데, 아무래도 현실의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로 끝까지 문학이나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원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념을 떠나 국가라는 것이 필요악이라고 본다면, 한 발자욱 물러나 곧은 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권력에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갈지자 걸음을 하는 지식인들이 많은 것은 동서고금이 다 같다는 것은 멀리 찾지 않아도 요즘 총리 자리에 오른 사람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권력과는 거리를 두고 흐트러지지 않는 루쉰의 모습은 되새겨야 할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으며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인데, 이것은 길게 볼 줄 아는 뛰어난 사람들 모두의 공통점인 듯 하다.
해설을 보니 평전 자체도 이념의 색깔이 묻지 않을 수는 없었던지, 줄거리에서 벗어난 정치 상황이나 선언하는 듯한 내용들은 과감하게(!) 뺐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당위를 앞세운 글쓴이의 주장들이 많아 보이고,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른다면 생생하게 재미를 느끼며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다.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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