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 나무와 마당 있는 집 떠나기

외가의 결혼식으로 대구에 내려갔다가 모처럼 외삼촌 택에 잠시 들릴 수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때가 마지막이었으니 십년도 넘었다. 주차된 차들로 더 좁아진 골목길을 돌아서 오래되었지만 아늑한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곳에 온 것도 도대체 얼마만인가.

아담한 담장 사이에 살포시 얼굴을 내민 듯한 대문을 밀고 들어가니, 햇살 따사로운 마당에 텃밭의 열무와 감나무, 석류 나무가 정겹게 손님들을 맞이한다. 석류 나무를 직접 보기는 처음인데, 이미 잘 익어서 맑고 붉은 빛의 석류씨가 터진 틈 사이로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내친 김에 다들 석류 열매를 하나씩 따서 손에 들고 붉은 씨를 맛 보기에 바쁜데, 세콤하면서도 달달한 뒷맛이 파는 음료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를 아는지 한살배기 아이도 석류씨를 잘도 받아 먹는다. 석류 맛이 좋아진 것은 아마도 매실 찌꺼기를 거름으로 주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언젠가 써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손 바닥 만한 크기라도 잘 가꿔 놓은 마당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을 푸근하게 하다니. 아파트가 편리함에서는 앞선다지만 이런 푸근함과 바꾸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는 인구가 자꾸 줄어든다는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올라 주위를 억누르는 듯 한 아파트 대신 아담한 마당이 딸린 집이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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