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론에서 보통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학자라면 이기적 유전자의 도킨스와 또 한 사람 굴드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글을 읽어 보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글쓴이가 과학 잡지에 몇 해에 걸쳐 실었던 글을 모아서 엮은 것으로, 1990년대에 씌여진 글들이다. 여러 해에 걸쳐 쓴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우리만치 한 권의 책으로 잘 어우러질 뿐 아니라, 글 하나 하나가 깊이가 있고 알차다. 글을 잘 쓰는 것으로도 이름을 날렸다고 하는데 번역을 거쳐서 그런지 몰라도 글 자체의 빼어난 맵시를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때로는 꽤나 묵직하거나 어려운 내용을 티 내지 않고 편하게 읽도록 풀어 나간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낼만 하다.
도킨스와 굴드를 함께 다룬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때로는 독하게도 논쟁을 벌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인지 책의 겉표지에는 나오는 "그의 견해는 대체로 옳다."는 도킨스의 추천의 말이 남기는 여운이 재미나다.
이 책에서는 참다운 다윈주의란 무엇인가를 가지고 세밀한 구석에서부터 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데, 진화란 '진보'가 아니며 그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물들의 뜻 없는 적응일 뿐이라는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이면서도 여러 가지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글쓴이는 진화를 '진보'로 덧칠을 한 것은 서구 사회의 뿌리 깊은 자연에 대한 오만의 원인이며, 펼쳐 보면 인종이나 성에 대한 인간 세상의 차별도 뿌리가 같다고 이야기 한다.
사진으로 만나는 둥글 둥글하면서도 속 깊어 보이는 인상 만큼이나, 두고 두고 곱씹어 볼 이야기들이 담뿍 담긴 책이다.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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