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잘 모르고서야 잘 가르칠 수 없지만, 잘 안다고 모두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처럼 그 분야를 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과학을 소개하는 경우는, 무엇보다도 재밌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그런 기준에 따르면 이 책은 우선 아주 좋은 책이다. 뉴턴의 고전 역학과 맥스웰의 전자기학이 어떻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발전하는지, 거기서 다시 양자역학을 거쳐 현대의 초끈 이론이나 혼돈 이론에 이르게 되는지 물리학의 역사를 재미있게 이야기해 줄 뿐아니라, 여지껏 읽어던 다른 어떤 책 보다도 어려운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물리학의 큰 흐름이 한 손에 잡히는 듯 하다.
특히, 상대성 이론만 해도 등속도로 운동하는 조건에서의 운동을 나타내는 특수 상대성 이론과 등가속도 운동을 하는 조건에서의 운동을 나타내는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이어지는 내용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여 그동안 봤던 어떤 해설들 보다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이해를 할 수 있다. 양자역학을 이야기 할 대 흔히 등장하는 불확정성의 원리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불확정이란 들여다 보지 않아서 그렇지 결국은 어느 하나로 결정되는데 단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들여다 보기 전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포개져 있다가 들여다 보는 순간 마침내 하나로 결정된다는 것이 그 참 뜻이라는 것이다. 파동 처럼 보이던 빛이 들여다 보자 빛 알갱이(광자)에 의한 움직임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글쓴이는 물리학이 어떻게 생물학과 같은 다른 과학 분야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 왔는지도 찬찬히 설명해주는데, 얼마전 읽었던 '생물과 무생물사이'에서도 나왔던 슈뢰딩거라는 양자역학의 기초를 닦았던 물리학자 이야기도 자세하게 들려준다.
이처럼 다른 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예술과 문학 그리고 철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세상을 바라 보는 시야를 넓혀 주는데 모자람이 없다. 과학이란 무엇이고, 과학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학의 뿌리와 숲으로 읽는이를 이끌며 도구로써만 과학을 잘 써먹으면 된다가 아니라, 과학도 문학이나 예술 처럼 인류의 정신문화의 자산이며, 어떤 정신문화 보다도 합리성을 쫓는 과학은 스스로 반증을 통해 새로운 법칙과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열린 구조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이런 과학 정신이 우리 사회에도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지도 여러 가지 역사의 장면들을 보여 주기도 한다.
물리학 책이 아니라 세상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교양의 압축판을 읽었다고 하면 좀 설레발일까? 비록 노벨상과 같은 큰 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과학자는 아니라지만, 반듯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글쓴이의 강의를 모아 놓은 이 책 한 권이 이름난 상 보다 어쩌면 더 큰 값어치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만의 세계에만 빠지지 않고 세상과 상호 작용하려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흔히 왠지 자신의 유식을 자랑하듯이 늘어놓는 참고 도서 목록도, 책 마다 짧은 안내를 정성껏 달아 놓아 읽는이가 한 발자욱 더 나아가는데 길잡이도 하고 있는 것도 반듯하고 열정어린 마무리다.
9점.
태그 :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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