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 책 - 생각하며 살기



강아지의 똥이라는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뒤늦게 알고 나서 아이와 함께 보며 이야기가 참 따뜻하다고 느꼈었는데, 난데 없이 국방부에서 군인들이 읽어서는 안될 책으로 글쓴이 권정생 선생의 '우리들의 하느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동화 작가가 쓴 책에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있길래? 읽어서는 안될 책들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왜 굳이 그 책이었을까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궁금함을 못 참는 성격 탓에 인터넷을 뒤져 책을 펴낸 곳의 이름이 녹색평론사라는 것을 알고는 책의 내용을 어림짐작으로 알 듯 했고, 국방부의 어처구니 없는 우격다짐이 안쓰럽기만 하다. 녹색평론에서 펴낸 책으로 읽어 본 것은 '정의의 길로 비거리며 가다' 밖에 없지만, 문명화된 현대 사회를 비판하며 다 같이 덜 쓰면서 자연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자는 운동을 펼치는 곳이니 누구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색안경을 쓰고 보면 불순(?)하기 그지 없을 수도 있겠다.

음악을 자주 듣지는 못 하지만, 가끔 나이든 노장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정해진 틀에 맞추지 않고 거침 없이 소리를 내뱉지만 어느 하나 거슬림 없는 아름다움에 압도될 때가 있다. 어떤 일이든 대가의 경지란 이런 것이구나 놀라게 되는데,
글쓴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꼭 그렇다. 스스로 기독교를 믿는 교인이지만 종교의 테두리, 이념의 테두리, 정치의 테두리를 맘껏 넘나들며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 어려운 학술 용어 하나 없이 마치 동화를 써 내려 가듯이 술술 풀어 나간다. 이런 권정생 선생의 말과 글의 힘은 늘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렵게 사는 민초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머리로만 쓰는 글이 아니라 온 몸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더 크고 깊게 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지긋지긋하게 글쓴이를 괴롭혀 온 병으로 목숨이 끊어지려는 마지막 순간에도, 어렵게 사는 아이들을 안타까워 하는 편지를 남기며 가진 것 탈탈 털어내는 권정생 선생의 따듯하고 반듯한 마음의 넓이와 깊이를 도무지 가늠할 수 조차 없고, 커다란 빚을 졌다는 마음을 씻어낼 수가 없다.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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