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대단한 일들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작년 말에 갑작스런 이사를 시작으로 김장과 성탄절, 두번의 설로 이어지는 집안 행사들의 행진과 노모의 수술까지. 쉬어도 쉰 것 같지 않고 뒷산에 올라도 뭔가 개운치 않은 찌뿌둥함. 아직도 새로 이사한 집에 내 몸이 딱 맞아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인지, 한 살 더 먹고 무거워진 몸 탓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엉겁결에 태백산 눈꽃 축제 여행상품을 인터넷으로 예약하여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기차 여행도 오랜만이지만, 국내 여행 상품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은 처음이다.
사는 곳이 분당이라 기차를 타기가 쉽지가 않은데, 새벽 5시부터 부지런을 떨어 준비한 도시락과 주정부리들을 베낭에 가득 담고, 잠이 덜 깬 아이를 들쳐 업고는 택시에 버스로 서울역에 이르렀다. 아직도 해가 뜨지 않아 하늘은 한밤이지만, 한산한 듯 활발한 서울역의 모습은 나그네들의 설렘이 그대로 배어난다.
새벽 내내 잠을 설치고 난 다음이라, 자리에 앉아 싸기지고 온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스르르 미끄러지 듯 달리는 기차의 움직임이 아주 좋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자기가 맘 먹으면 어디로든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마치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탄 듯 현실감이 없다.
점심 때가 다 되도록 줄기차게 달려 기차가 멈춘 곳은 문곡이다. 역사가 얼마나 아담한지, 영화 촬영 세트가 아닌가 할 정도이다. 미리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다시 올라타 도립공원으로 향한다. 안내인이 마치 초등학생 소풍 나온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듯, 어디 가서 밥을 먹고 어디를 들려야 하는지 하나 하나 알려 준다. 특히, 다시 돌아갈 버스 시각은 몇번이나 반복하여 강조한다. 한 귀로 흘려 보내면서도, 능숙한 목소리가 싫지는 않다.
도립공원에 도착하니, 주차장에는 알록달록한 관광버스들이 빼곡하다. 여행지의 주차장을 그득 채우고 있는 버스들을 바라 볼 때마다 마치 딴 나라 사람들 보듯 했는데, 이제 내가 그 무리 안에 끼여 있다는 것에 슬쩍 멋쩍어 하며 안내인이 가르처 준대로 밥집으로 발을 옮겼다.
태백은 요즘 지독한 가뭄으로 마실 물도 모잘라서 난리라는데, 식당가는 그래도 관광객들로 북쩍대며 활기가 넘친다. 슝내만 낸 곤드레 밥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단수로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는 안내인의 말에 식당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차례대로 볼 일을 보고는 눈꽃 축제장에 가보았다.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얼음 조각들을 전시해 놓은 작은 광장인데, 따뜻한 날씨 탓도 있지만 너무 허술해서 '축제'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아이에게 얼음 미끄럼을 한번 태우고는 윗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눈을 쌓아 만든 여러 가지 조형물이 제법 볼만한 곳이 나온다. 사람들도 사진을 찍느라 바쁜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비탈진 곳에 만들어 놓은 미끄럼이다. 천원에 비닐 부대자루를 한장 사서 줄을 서서 타는데, 아래에서 탔던 얼음 미끄럼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뒤집어지고 망가지며 재밌어 한다.
눈꽃 축제장을 벗어나서 조금만 위로 가면 태백산으로 오르는 등산길의 입구가 나온다. 오르는 길과 산 속은 얼마전 내렸다는 눈으로 눈과 얼음의 세상이다. 길의 시작 부터 길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빼곡한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늘로 시원스럽게 뻗어 올라간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푸른 하늘을 간지럽히고 있는 모습이 아늑하다. 길이 미끄러워 반 시간 정도 오르니 도저히 더 오르기에는 무리여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천원 짜리 비닐 부대자루를 꺼내 아이 썰매를 태워주며 되돌아 내려와 석탄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석탄 박물관에서 만난 옛 탄광촌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막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은 열차 안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광부들의 눈빛이, 마치 헐벗고 굶주린 난민이나 국사책에서나 가끔 보았던 고독하고 애절한 독립군의 눈빛 같기도 하다. 그들은 누구의 아들이자 누구의 아비로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든 노동과 땅 속의 두려움을 견디어 냈으리라. 복도를 따라 걸어 놓은 탄광촌 사진들이 쓸쓸함을 더한다. 공룡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를 처음부터 못 봤으니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며 투덜대는 철 모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버스 시간이 얼마 없다며 박물관을 빠져 나왔다.
버스장으로 내려 가는 길에 옆에 보니 연 날리기 체험장이 있어서 잠시 연을 날리고 아이 보다는 내가 더 재미있어 연줄과 연을 사서 돌아노는데, 드럼통 위에 철판을 펼치고 장작불을 지펴 돼지 고기와 김치를 볶아 막걸리와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한다. 먹을 것에 한 없이 약한 우리는 서둘러 만원어치를 해치우고 주차장에 한 달음에 내려가 보니, 우리가 마지막 승객이었다. 서울역에 다시 돌아온 것이 11시인데, 그 시간에도 기차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여러 무리이다. 아마도 기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에 산에 오르려는 무박 2일 등산인 모양이다. 노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더니, 이들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언젠가는 무박 2일 등산에 도전해 보고 싶다.
아무튼, 엉겁결에 태백산 눈꽃 축제 여행상품을 인터넷으로 예약하여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여행을 다녀왔다. 기차 여행도 오랜만이지만, 국내 여행 상품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은 처음이다.
사는 곳이 분당이라 기차를 타기가 쉽지가 않은데, 새벽 5시부터 부지런을 떨어 준비한 도시락과 주정부리들을 베낭에 가득 담고, 잠이 덜 깬 아이를 들쳐 업고는 택시에 버스로 서울역에 이르렀다. 아직도 해가 뜨지 않아 하늘은 한밤이지만, 한산한 듯 활발한 서울역의 모습은 나그네들의 설렘이 그대로 배어난다.
새벽 내내 잠을 설치고 난 다음이라, 자리에 앉아 싸기지고 온 주먹밥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졸음이 몰려온다. 스르르 미끄러지 듯 달리는 기차의 움직임이 아주 좋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자기가 맘 먹으면 어디로든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마치 토토로의 고양이 버스를 탄 듯 현실감이 없다.
점심 때가 다 되도록 줄기차게 달려 기차가 멈춘 곳은 문곡이다. 역사가 얼마나 아담한지, 영화 촬영 세트가 아닌가 할 정도이다. 미리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다시 올라타 도립공원으로 향한다. 안내인이 마치 초등학생 소풍 나온 어린이들에게 설명하듯, 어디 가서 밥을 먹고 어디를 들려야 하는지 하나 하나 알려 준다. 특히, 다시 돌아갈 버스 시각은 몇번이나 반복하여 강조한다. 한 귀로 흘려 보내면서도, 능숙한 목소리가 싫지는 않다.
도립공원에 도착하니, 주차장에는 알록달록한 관광버스들이 빼곡하다. 여행지의 주차장을 그득 채우고 있는 버스들을 바라 볼 때마다 마치 딴 나라 사람들 보듯 했는데, 이제 내가 그 무리 안에 끼여 있다는 것에 슬쩍 멋쩍어 하며 안내인이 가르처 준대로 밥집으로 발을 옮겼다.
태백은 요즘 지독한 가뭄으로 마실 물도 모잘라서 난리라는데, 식당가는 그래도 관광객들로 북쩍대며 활기가 넘친다. 슝내만 낸 곤드레 밥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단수로 화장실 가기도 힘들다는 안내인의 말에 식당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가서 차례대로 볼 일을 보고는 눈꽃 축제장에 가보았다.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얼음 조각들을 전시해 놓은 작은 광장인데, 따뜻한 날씨 탓도 있지만 너무 허술해서 '축제'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어차피 큰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아이에게 얼음 미끄럼을 한번 태우고는 윗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눈을 쌓아 만든 여러 가지 조형물이 제법 볼만한 곳이 나온다. 사람들도 사진을 찍느라 바쁜데,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비탈진 곳에 만들어 놓은 미끄럼이다. 천원에 비닐 부대자루를 한장 사서 줄을 서서 타는데, 아래에서 탔던 얼음 미끄럼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뒤집어지고 망가지며 재밌어 한다.
눈꽃 축제장을 벗어나서 조금만 위로 가면 태백산으로 오르는 등산길의 입구가 나온다. 오르는 길과 산 속은 얼마전 내렸다는 눈으로 눈과 얼음의 세상이다. 길의 시작 부터 길고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빼곡한데,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늘로 시원스럽게 뻗어 올라간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푸른 하늘을 간지럽히고 있는 모습이 아늑하다. 길이 미끄러워 반 시간 정도 오르니 도저히 더 오르기에는 무리여서, 가방에 넣어두었던 천원 짜리 비닐 부대자루를 꺼내 아이 썰매를 태워주며 되돌아 내려와 석탄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간 석탄 박물관에서 만난 옛 탄광촌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막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작은 열차 안에 쭈구리고 앉아 있는 광부들의 눈빛이, 마치 헐벗고 굶주린 난민이나 국사책에서나 가끔 보았던 고독하고 애절한 독립군의 눈빛 같기도 하다. 그들은 누구의 아들이자 누구의 아비로 그렇게 죽을 만큼 힘든 노동과 땅 속의 두려움을 견디어 냈으리라. 복도를 따라 걸어 놓은 탄광촌 사진들이 쓸쓸함을 더한다. 공룡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를 처음부터 못 봤으니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며 투덜대는 철 모르는 아이의 손을 잡고 버스 시간이 얼마 없다며 박물관을 빠져 나왔다.
버스장으로 내려 가는 길에 옆에 보니 연 날리기 체험장이 있어서 잠시 연을 날리고 아이 보다는 내가 더 재미있어 연줄과 연을 사서 돌아노는데, 드럼통 위에 철판을 펼치고 장작불을 지펴 돼지 고기와 김치를 볶아 막걸리와 곁들여 먹는 사람들이 왁자지껄한다. 먹을 것에 한 없이 약한 우리는 서둘러 만원어치를 해치우고 주차장에 한 달음에 내려가 보니, 우리가 마지막 승객이었다. 서울역에 다시 돌아온 것이 11시인데, 그 시간에도 기차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여러 무리이다. 아마도 기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고 새벽에 산에 오르려는 무박 2일 등산인 모양이다. 노는 것도 부지런해야 한다더니, 이들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도 언젠가는 무박 2일 등산에 도전해 보고 싶다.
태그 : 태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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