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난 글 솜씨로 많은 애독자를 갖고 있는 빌 브라이슨의 유럽 여행기가 뒤늦게 우리말로 옮겨져 책으로 나왔다. 90년대 초쯤에 나왔던 책인 모양인데,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으니 그가 신발이 닳토록 돌아다녀서 글로 옮긴 유럽이 요즘의 모습과는 차이가 꽤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들을 돌아다는 글쓴이의 시선을 따라가며 킥킥거리며 웃다가 문득, 이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디를 찾아 헤메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세상에 이미 소박하거나 또는 거창한 여행기가 수도 없이 많은데, 글쓴이의 여행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여행 전문 작가이니 돈을 벌자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목적일테고 거기에 나도 크지 않은 몇푼의 돈을 보탠 셈이지만, '여행은 어차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이라는 나지막한 한 마디는, 마치 '산은 내려오기 위해 오른다'는 말처럼 알 듯 모를 듯 여행의 참 뜻이 무엇인지 읽는 이에게 되묻는 듯 하다.
책의 원 제목은 'Neither here nor there'로 '하찮은'이라는 뜻을 가진 관용구인데, 처음에는 시시콜콜한 여행의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책에 어울리는 말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여러 곳을 찾아 헤메었으나 정말 가고자 했던 곳은 '아무데도 없고' 결국 다시 발길을 집으로 되돌리는 모든 여행의 본 모습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니 글의 여운이 더욱 진하게 남는다.
돌아오기 위한 떠남...
어쩌면 여행이란 헤어지기 위해 만나고, 죽기 위해 태어나는 우리네 삶을 위한 부담없는 예습 복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6점.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