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신비 (The Mistery of the Aleph) 책 - 호기심



어린 아이들이 흔히 하는 질문 중의 하나가 가장 큰 수는 무엇이냐가 있는데, 무한이라는 말을 배우고 나더니 무한 더하기 1은 무엇이냐고 묻곤 하다. 무한에는 1을 더해도 무한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지만 어린 아이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무한, 극한 이런 것들을 정말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일일지도 모른다.

무한의 신비라는 이 책에서는 무한에 대한 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칸토어와 괴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무한을 연구하고자 했던 두 사람 모두 말년에는 정신을 놓아 버리고 마니 믿거나 말거나 무한으로 가는 길은 우리에게 문을 결코 열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한이라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큰 무엇을 뜻하기도 하지만, 수직선으로 나타내는 실수의 경우 처럼 아무리 잘게 쪼개어 내도 셀 수 없는 수들이 작은 조각에 담기기도 한다. 수직선에서 무한히 많은 정수를 빼내어 무한히 많은 빈 자리를 만들어도 여전히 무한히 많은 수들로 채워진다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것과는 아주 다른 세계다. 그러나 현실에서 쓸모가 많은 미적분 같은 계산 방법은 무한과 극한의 바탕위에 만들어진 것이니 떼어낼 수도 없지만 다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이 무한의 세계이다. 오죽하면 칸토어는 자신이 증명해낸 내용을 두고 "나는 그것이 맞다는 것은 알지만, 나도 믿기지는 않는다."다고 했을까.

그렇다면 끝도 없는 무한의 세계에도 크기를 견주어 볼 수 있을까? 언뜻 생각하면 이상하지만, 무한의 원소를 가지는 집합에도 크기가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급이 다르다는 것인데, 칸토어는 무한의 집합들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른바 '연속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했다고 한다. 하지만 괴델과 다른 수학자들이 연속체 가설은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지금의 우리가 갖고 있는 수학 체계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가장 논리를 앞세우는 수학의 세계에서 논리로써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 -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 은 꽤나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어려운 수학을 쉽게 풀어서 쓰는 재주가 있다고 알려진 사람이라고 하는데, 무한이라는 내용 자체가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수학 대중 교양서들에 비하면 읽는 재미도 떨어지고 큰 줄기를 세우기도 쉽지는 않다. 여러 번 읽고 되새겨야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5점.

루쉰전 (魯迅傳) 책 - 생각하며 살기



'강의'를 쓴 신영복 교수가 번역을 거들었다고 하여 읽어 본 책인데, 노신 또는 루쉰으로 알려진 중국의 한 지식인의 일생을 담은 평전이다.

루쉰은 썩을대로 썩어버린 낡은 봉건 체제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앞에 흔들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평생을 바친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20세기의 아시아라는 같은 시간과 공간을 거쳐온 역사의 흐름은 비슷한 구석도 많다. 다르다면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나라를 세웠고 이제는 흑묘 백묘라 하며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있고, 우리는 지금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총부리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궁금했던 것은, 그가 중국 공산당을 지지하면서도 스스로는 끝까지 당원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 속에는 이에 대해 설명이 없는데, 아무래도 현실의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로 끝까지 문학이나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원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념을 떠나 국가라는 것이 필요악이라고 본다면, 한 발자욱 물러나 곧은 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권력에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갈지자 걸음을 하는 지식인들이 많은 것은 동서고금이 다 같다는 것은 멀리 찾지 않아도 요즘 총리 자리에 오른 사람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권력과는 거리를 두고 흐트러지지 않는 루쉰의 모습은 되새겨야 할 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으며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헌신하는 모습인데, 이것은 길게 볼 줄 아는 뛰어난 사람들 모두의 공통점인 듯 하다.

해설을 보니 평전 자체도 이념의 색깔이 묻지 않을 수는 없었던지, 줄거리에서 벗어난 정치 상황이나 선언하는 듯한 내용들은 과감하게(!) 뺐다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여전히 당위를 앞세운 글쓴이의 주장들이 많아 보이고, 중국의 역사를 잘 모른다면 생생하게 재미를 느끼며 읽기는 쉽지 않은 책이다.

5점.

법을 만든 과정은 위법이지만 만들어진 법은 유효하다(!?!) 조각 모음

위법으로 만들었지만 어쨌든 법은 유효하다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위법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논란 거리였다면 누군가는 억울할 수 밖에 없어도 그 다음은 헷갈릴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절차가 잘 못 되어 위법인데 그 결과는 유효하다면...
이제 수단과 방법이 어찌되었건 법만 통과시키면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제 헌법재판소에서는 꼭 지켜야 하는 법 그래서 안 지키면 사생활을 모두 파헤쳐서라도 수사를 할 수 있는 법과 지키면 좋지만 안 지켜도 결과는 문제가 되지 않는 법의 목록을 친절하게 정리해서 알려 주려는 것인가?

누구나 지켜야 할 법이지만 법을 어기면서 만들어 내는 국회와 여당,
법을 어기면서 또 다른 법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문제는 없다는 헌법재판소,
이제 무엇을 잣대로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너무나 답답하다.

때로는 명문화되어있지도 않은 '관습'까지 가져와서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하더니, 이번엔 위법이지만 결과는 유효하다니 그저 생각대로 하면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도시에서 곶감 만들기 조각 모음

결혼한 다음 가을마다 재미로 시작했던 곶감 만들기가 이제는 꼭 하고 넘어가야 할 가을 맞이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마당이 넓고 텃밭까지 있던 다세대 주택에서 다시 아파트로 이사와서 처음으로 곶감을 만들었는데, 곶감을 매달 곳을 찾다가 뒷 발코니 빨래걸개에 곶감 걸이를 끈으로 묶어서 달았더니 안성맞춤이다. 대신 사람이 지나 다녀야 해서 곶감 걸이는 한줄씩만 달았고, 모자란 것은 접이식 빨래건조대에도 매달았다.

처음에는 농협을 통해 알아낸 농가에 전화를 걸어 주문했었는데, 요즘은 곶감 만드는 사람들이 늘었는지 인터넷에서도 쉽게 주문을 할 수 있다. 이른바 땡감인데, 요즘 주문을 하면 한 상자에서 열의 하나 정도는 홍시로 읶어 가는 감들이 섞여서 온다. 곶감도 만들고 홍시도 즐길 수 있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꼭지를 굵은 실로 두개씩 엮어서 빨개건조대에 서로 마주 보게 걸었었는데, 이것이 꽤 시간이 걸리고 번거로운 일이다. 3년 전 부터 여행길에 들렸던 상주의 농자재 가게에서 한번에 18개씩 걸 수 있는 곶감 걸이를 사다 쓰니 만드는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꼭지가 아예 떨어져 나간 감들을 위해 가는 쇠줄로 만든 고리도 함께 쓰면 아주 손 쉽다. 그래서 요즘은 주변에 곶감 만든다는 사람이 늘어나서 곶감 걸이도 조금씩 나눠주고 있다. (우방 농자재: 054-535-5877)

손품 팔아 만든 곶감을 먹는 것도 재미가 좋지만, 말려 두었던 것들을 정성껏 담아서 선물하기도 그만이다. 창 밖으로 고운 빛의 감이 주렁 주렁 열린 것을 보니 마음이 너무 뿌듯하다. 그래서 해마다 욕심이 커져서 이제는 5~6백개씩은 거뜬히 만들고 있다.

곶감 만들기가 끝나가니 이제 곧 김장철이 다가 온다.

두번째 자전거 떠나기

아이가 이제 곧잘 자전거를 잘 타니, 자전거로 집에서 가까운 외가에도 갈만하다. 그런데 집 안에 사람 숫자 만큼 자전거가 없다 보니 결국 한 사람은 차를 가지고 움직여야 해서, 1년만에 역시 생일 때 받은 금일봉으로 자전거를 한 대 더 마련했다. 아직 길게 타 보지는 않았지만, 바퀴는 좀 작아도 가볍고 잽싸서 잘 달리는 녀석이다.

지난 번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분당에 없어서 송파까지 갔었는데, 그 사이에 분당에도 정자동에 매장이 하나 생겼다. 맞춤 가구를 만드는 공방을 비롯해서 요즘은 흔치 않은 물건들을 많이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인데, 이제 보니 보드 가게도 있고 걸어 다니며 구경할 것이 많은 곳이다.

이미 바람이 꽤 쌀쌀해 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자전거로 온 가족이 같이 나들이를 다녀봐야 겠다. 욕심 같아서는 일 하는 곳도 집에서 1시간 걸이 안이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할 수 있을 텐데, 먼 것이 안타깝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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